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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은 원스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두번째 음악 영화이다. 키이라 나이틀리(그레타)와 마크 러팔로(댄)가 출연한 영화 비긴 어게인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싱어송라이터와 스타 명성을 잃은 음반 프로듀서가 뉴욕의 한 바에서 우연히 만나 거리에서 음반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여주인공 그레타가 다시 시작하기(Begin Again)를 하는 줄거리의 영화다.

음악이란 대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음악을 멀리하게 되면 나이를 먹은 거라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젋은이들은 길거리, 지하철, 버스 어디서든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바로 그 사람을 드러내는 하나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나 자신만의 선곡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친밀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드러날까봐 내 선곡리스트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음악은 한 사람을 대변해 주는 또하나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한때는 음악을 무척 좋아해 수시로 들었는데 아이를 낳고 일상에 찌들면서 언젠가부터 음악을 듣지 않게 된 나를 발견하곤 조금 슬퍼졌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제라도 음악을 좀 더 가까이해야 내 인생이 좀 덜 건조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77만, <그녀>가 30만 관객에 그친데 반해 <비긴 어게인>이 3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으니 훨씬 더 대중적인 공감을 얻은 영화인 셈. 성공적인 전작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인상적인 OST(실제 음악감독은 미국의 록 밴드 '더 뉴 래디칼스'의 리더인 그렉 알렉산더)와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완성도 덕분인 듯하다. 

자칫하면 패배자로 비칠 수 있는 댄과 그레타의 모습을 통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음을 멋진 음악과 영상을 통해 담담하게 말한다. 

이 영화에서 내가 뽑은 베스트 명장면을 5개만 뽑아보기로 한다. 

[출처] 비긴 어게인|ㅇ작성자 

# 01. 뉴욕의 거리를 밤새 걷는 두 사람  

댄과 크레타가 서로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듣는 장면은 참 낭만적이다. 댄의 차에서 발견한 분배기를 스마트폰에 꽂고 각자 헤드폰과 이어폰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공유한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뉴욕 거리를 걷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데 촬영 당시 감독이 마크 러팔로와 자신을 뉴욕 여기저기 내버려둬 촬영을 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들으며 흥에 겨워 춤도 추고 자연스럽게 걸었다고. 그러니 자연스러운 장면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GAP청바지를 입고 고르지 않은 치열로 가식없이 바보 웃음을 웃는 그녀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  댄 (마크 러팔로) 


이들이 뉴욕 밤거리를 걸으며 듣는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럭 비 어 레이디', 
클럽에서 서로 공유한 음악은 스티비 원더의 '포 원스 인 마이 라이프'다. 

# 02. 나이를 초월해 음악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관계  

두 사람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음악은 영화에서 더욱 빛난다.
자신이 만든 음반회사에서 쫒겨나 술 기운을 빌려 지하철에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은 댄은 술집에서 그레타의 노래 
'A Step You Can't Take Back'를 듣는다. 그레타 또한 5년간 공들인 남자친구가 성공한 후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짐을 싸들고 나온 날 친구가 노래하는 클럽에서 아직 덜 다듬어진 자작곡을 부르게 된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대화 속에서 독백하듯 읊조리는 그녀의 노래 소리에, 댄은 오래도록 그를 떠났던 음악적 영감을 다시 찾게 된다. 

That's what I love about music. All these banalities suddenly turn into beautiful pearls"

이렇게 운명적인 만남 이후 뉴욕 거리를 함께 거닐거나 음악을 연주하며 교감을 나누었던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만 결국 사랑이 아닌 듯한 관계로 마무리된다. <비긴 어게인>은 그렇게 서로를 통해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서로가 함께 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그레타를 돌아보던 댄의 아련한 눈길, 그들의 애틋한 포옹은 어찌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한 그들 방식의 교감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진부하지 않은 결말이 참 맘에 든다.

# 03. 기존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용기 

데모를 만들 돈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뉴욕의 소음을 배경삼아 야외 녹음 작업을 강행한다. 이 과정은 도발적이면서도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빨래가 즐비하게 널린 도시의 뒷골목, 엠파이어 스테이트 옆 건물의 옥상, 센트럴파크 강 위의 보트, 비 오는 날 박물관 중정에서 레코딩 작업을 한다. 발레학원의 피나오 강사, 클래식 전공 대학생 등 아마추어들을 그러모아 연주를 하면서도 행복해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반짝이는 장면들이다.

가수와 음반사의 수익 배분이 1:9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그레타는 결국 댄이 돌아간 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는다. 음반은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SNS를 통해 단돈 1달러에 판매되며 대박을 거둔다. (유명 힙합 레전드의 트위터 RT 덕부이라니 ㅋㅋ) 덕분에 댄은 다시 회사에서 쫒겨나지만, 이 영화는 한마디로 실패자들의 재기를 다른 영화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랄까. 그래서 처음에는 20~30대 여성들이 관객층을 이루다 이후에는 댄의 재기에 공감하는 40~50대 남성 관객들이 많아졌다는 후문도 ^^

이 영화가 초반에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로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SNS를 통해 호응을 얻고 난 뒤 꾸준히 관람객이 늘고 있는 과정이 마치 그레타의 음악이 히트하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 음악적 대중성보다는 진정성에 승부를 걸고자 하는 그레타를 응원해 주고 싶다.    

# 04. 상업성과 순수성 사이에서 다시 시작하기. 

음악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자신이 가진 원석을 보기 좋게 다듬는 법을 몰랐던 그레타와 원석을 발굴하는 타고난 오감을 가졌지만, 상업적인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음반 시장에서 퇴출당한 댄의 만남. 이들은 실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 때문에 깊은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댄과 그레타는 결국 자신들이 진짜 만들고 싶었던 음악을 세상에 내놓는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타협과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한다. 다들 그렇게 살아, 어쩔수 없었어 하고 자위하지만 결국은 내 꿈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레타의 꿈을 더 응원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  

                              영화를 위해 가수인 남편에게 기타를 배웠다는 그녀, 노래도 잘하고 재주도 좋아라~

# 05. 음악으로 소통하고 화해하고 이별하고...

영화 속에서 그런 순간들은 반짝반작 빛이 난다. 그 어떤 시도를 해도 늘 어긋나기만 했던 아버지 댄과 딸 바이롤렛(헤일리 스테인 펠드 분)이 그녀의 기타 연주를 통해 화해하는 장면도, 그레타와 데이브의 관계를 설명해 준 데이브의 생일에 노래를 선물해 주는 장면이나 데이브에게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던 장면까지, <비긴 어게인>은 인간사의 모든 희노애락을 음악을 통해 표현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유명 디자이너들의 뮤즈로 활약하며 전세계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각광받고 있는 키이라 나이틀리는 이 영화에서 가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보컬 코치를 받았다고. 그녀의 수준 높은 노래 실력과 남편에게 배운 기타 연주 실력은 실로 놀랍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인 제임스 라이튼이 룹 클락손스의 멤버이고 남동생이 음악 밴드를 했던 음향 녹음 기사지만 자신은 음악을 즐겨듣지 않았다고. ㅎㅎ  


줄거리 명대사 

 “하나님, 젊음은 왜 젊은 시절에 낭비돼야 하는 건가요"

 - 가사 중, 조지 버나드 쇼의 유명한 말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씨발, 랜디뉴먼은 인정 - 댄 (마크 러팔로) 

밥 딜런은 만들어진 이미지의 표상 - 댄 (마크 러팔로)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어 - 댄 (마크 러팔로) 

관심없는 쪽이 항상 이기게 되어 있더라구요. -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관련 글]# 영화 속 음악 듣기 : http://blog.naver.com/idreamup/220115762519 

[덧] 
- 이 영화가 뻔한 사랑영화로 흐르지 않아서 좋다. 댄과 그레타의 키스씬 찍었다는데 영화에서는 삭제되었다고.
- 영화를 보고나면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내 껀 너무 빈약해 공개할수가 없다 ㅠㅠ
-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주고 2013년 세상을 떠난 카니 감독의 형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엔딩 크레딧이 찡하다.
- 카이라 나이틀리는 이쁘지 않은 외모에 비쩍 마른 몸매, 매력이 뭔지 잘 몰랐는데 이 영화를 보면 좀 이해가 간다.  


비긴 어게인 (2014)

Begin Again 
8.7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타인펠드, 제임스 코덴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4 분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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