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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보아왔다. 팬이라면 팬일 수 있다.

초기작인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을 재미있게 봤고 이후 극장전이나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 우리 선희, 자유의 언덕까지 챙겨보았다. 나머지도 극장에서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한 최근작들도 있다.  

홍감독의 영화가 주로 찌질한 남자들이 여자를 꼬드기는 쓰잘데기 없는 말장난이랄 수 있지만, 암튼 끈질기게 '사랑'에 천착해 온 것만은 틀림없다. 이번에는 그가 남성이 아닌 여성의 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처음이라는 점에서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실감한다.

그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올 때마다 저예산 영화로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왜 수상을 했는지는 사실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마찬가지다.
세간의 불륜에 대한 호기심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는 순전히 김민희를 보러 갔다.

그녀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보여준 파격 변신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연기 변신을 섬뜩하리만치 놀랍도록 보여준다. 정말 김민희는 재능있는 배우다. 

함부르크와 강릉을 1부와 2부로 나눠 전개되는 스토리. 1부는 여배우인 영희는 한국에서 유부남과의 만남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함부르크로 떠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부는 강릉의 영화계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불편한 대화를 나누다 해변으로 간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유부녀 감독과 여배우의 이야기라니. 실화처럼 느껴질테지만, 감독은 극구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솔직함을 이야기한다. 

"내가 좀 솔직하잖아. 솔직해야 돼. 그 사람 자식도 있거든. 자식이 진짜 무서운 것 같아. 나 그 사람 사랑해." _ 영희(김민희 대사 중에서)


강릉에서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얘기하다가 다양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분노하기도 하고 자조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게 굴다가 갑자기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그녀의 연기가 실로 실감난다. (이건 과연 대본인가 현실인가 ㅠ) 


영희는 때로는 카페와 같이 흔한 공간이나 꽃이나 풀잎, 연못 위의 오리 등을 보고 감탄할 정도로 순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을 찾아 떠난 함부르크의 공원의 다리를 건너기 전에 절을 하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기도야. 다리를 건너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다짐해 보고 싶었어. 나 답게 사는거.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_ 영희(김민희 대사 중에서)


감독은 영화속 인물을 통해 대중을 향해 일갈한다.

"자기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 (권해효 대사 中)


바닷가를 걸어가며 나지막히 읖조리는 영희의 뒷모습에서 짙은 고독이 느껴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무리 자신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해도 윤리적 잣대를 지닌 관객들에게 환영받기는 어려울듯하다. 


그것이 정말 사랑이라면, 통념에 의한 선과 악이란 분별, 행복과 불행, 그런 분별보다 더 고귀한 무엇에 의해서 움직여야 하고, 그게 안 된다면,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_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관하여 

 

[사족] 

1. 역대 홍상수의 어떤 영화보다 노출도 스킨십도 없는데 여자들끼리 키스씬 때문에 청불인건가? 이건 좀 의아하군.

2.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김주혁과 김유영을 커플로 만들어 준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을 보고 싶어진다.

홍상수의 영화는 커플의 산실 ^^

3. 아..갑자기 줌인아웃되는 카메라 앵글과 촌스러운 자막 폰트는 정말 불편하고 적응이 안된다 ㅠㅠ 홍감독의 아이덴티티로 미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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