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간에 대한 희망 - 행복의 건축

Bookmark 2009/02/21 19:05 : Posted by 미돌
집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만들수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의 책 '행복의 건축'이란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으잉~ 철학한 사람이 뜬금없이 무슨 건축이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건축의 기술이 아닌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았을때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철학과 미학은 서로 일맥 상통하는 것인가?

카스틸리오네거리, 파리 1802

어떤 공간과 어떤 희망이 일치했을 때,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고 부른다.
보통은 집이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라고 말한다. 삶이 피할 수 없는 고난이며 저주받은 시간이라면 집은 그 고난에 대한 따뜻한 보상이며 저주받은 시간들에 대한 위로인 셈이다.

한국은 주로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지어주는 대로 그냥 들어가 살지만 외국의 경우 단독 주택을 지어서 사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고찰도 하게 되는건가보다 생각한다.
 
언젠가 TV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집을 지어서(수 년동안 공 들여서) 지인들을 초대하여 파티(집들이)를 하는 모습을 보곤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나도 나이가 들면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집을 한번 지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작지만 아담한 잔디 정원이 있고, 1층에는 통창으로 넓은 거실과 8인용 식탁이 있고 2층에는 조용한 서재와 침실, 테라스가 있는 그런 집 말이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의,식,주의 욕망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조건에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본능과 자신을 표현하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집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 책은 가볍게 집어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두께와 소재의 책이지만 사진이 많고 사례가 풍부하여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무엇보다 주변의 소품이나 건물 하나도 허투로 지나치는 법 없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집과 주변 사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재주와 점잖은 위트를 가진 알랭 드 보통의 재주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고통과 대화할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 결국 슬픔을 아는 것이 건축을 감상하는 특별한 선행조건이 되는 것이다. 다른 조건들은 옆으로 밀어놓더라도, 우선 약간은 슬퍼야 건물들이 제대로 우리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이다. P.24~P.27

건물은 말을 한다. 그것도 쉽게 분별할 수 있는 주제들에 관해 말을 한다. 건물은 민주주의나 귀족주의, 개방성이나 오만, 환영이나 위협, 미래에 대한 공감이나 과거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한다. P.77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는 스탕달의 경구는 우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미학에 관한 학문적 몰두와 구별하고, 대신 그것을 우리가 전인으로서 윤택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특질들과 통합해주는 미덕이 있다. 행복의 추구가 우리 삶의 밑바닥에 있는 과제라면, 그것은 아름다움이 암시하는 핵심적 주제일 수밖에 없다. P.104

 우리는 가끔 남들 앞에서 우리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집을 한번 지어볼까 하다가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다.(중략)  말과는 다른 기록을 하여, 사물, 색채, 벽돌의 언어를 통하여 세상에 우리 자신을 밝히고 싶은 갈망.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알리고 싶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도 일깨우고 싶은 야망. P.132
행복의 건축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이레,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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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짠이아빠 2009/02/21 2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정말 보통을 좋아하시는군요.. 전 곱빼기만 먹는데.. ㅜㅜ.. 썰정하네요.. ㅜ.ㅜ

    • 미돌 2009/02/21 2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보통을 보통 이상으로 좋아한다면 썰렁할까요? ㅋㅋ
      이제 '동물원에 가기'만 더 보고 그만 보려구요~

  2. 제이유 2009/02/22 1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크지 않지만, 조그마한 정원은 있었으면 좋겠고, 괜히 2층도 있었으면 좋겠고 등등...-_- 소박해 보이는데, 따지고 보면 소박해 보이지 않는 집을 꿈꾸네요;

  3. 쭌's 2009/02/22 2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내집을 지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1층은 갤러리와 카페..2층은 아늑한 살림집... 흐흐 생각만 해도 좋네요 ^^*

    • 미돌 2009/02/22 2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어디 북카페나 하나 할까 싶은 생각을 했었는데..
      헤이리 같은 곳에 북 카페하고 윗층에 살면 참 좋겠군요 ^^

  4. 백마탄 초인 2009/02/22 2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술작품에 철학적 요소가 스며들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도 빈 껍데기에 불과 할 것입니다.

    건축,,,토털아트지요!! ^ ^

    • 미돌 2009/02/22 2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집을 지을때 그 집에 살 사람의 니즈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반영할때
      가장 만족스런 집이 나온다고 하더군요...건축은 예술이기도 한 듯 ^^

  5. Inuit 2009/02/22 2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집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정서적 공간이지요.
    그러다보니, 가구보다 사람의 온기가 더 나은 인테리어란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유럽 주택가를 걷다보면, 아파트에서 못느끼는 정서가 느껴지는데 어쩌면 우리 어렸을 적의 그 느낌이지요. ^^

    • 미돌 2009/02/23 1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콘크리트로 지어도 집은 정서적 공간이었군요.
      나이가 들수록 아파트보다 단층 주택에 대한 로망이 커지는것 같아요..쿨럭..

  6. 레이 2009/02/22 2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렝 드 보통.. 요즘 꽤 땡기는데 새로 시작한 목표가 생겨서 잠시 뒤로 미루고 있어요 ㅋ 언젠간 꼭 도전할 거에요~ ㅎ

    • 미돌 2009/02/23 1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꼭 시도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책 읽는 재미가 아주 멋지거든요..
      읽다가 혼자서 킥킥 대실지도 몰라요 ^^

  7. Paromix 2009/02/23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 읽고 참 어려운 책이었어요. 미도리님 말씀처럼 철학한 사람이 건축에 대해 얘기하니 더 어렵게 느껴졌나봐요. 하하.^^

    • 미돌 2009/02/23 18: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유럽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림을 보면서 겨우겨우 넘겼어요. 읽기 수월하진 않더군요. 그래도 중간중간 빛나는 문장을 만나면 힘들게 산을 올라온 보람 같은걸 느끼게 되더라구요 ^^

  8. bong^^ 2009/02/23 0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창이 있는 8인용 식탁이라.....생각만해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좋은 장소일듯~ 알랭드 보통이 이런 책까지...함 읽어보고 싶네용^^

    • 미돌 2009/02/23 1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햇살이 아주 잘 비쳐들겠져? 넓은 집이 생겨도 고민일듯. 청소는 누가하누 ㅠㅠ
      이 책도 빌려가시고 싶으시면 일전에 빌려간 알랭 드 보통 책이라도 돌려주시지요 흐흐

  9. 바다안 2009/02/23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보통씨 책은 많은데 왜 읽은게 엄지..ㅋ
    사실 고백하자면(변명하자면)
    서양역사나 문화사에 대해서 조금 배경이 있으면 더 잼있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잠시 미루는 중이야. 헤헤..

    • 미돌 2009/02/23 18: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자 서양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보면 훨씬 더 재밌을것 같긴 해.
      알랭 드 보통을 자꾸 미루지 말고 얼른 손에 잡으셔~~

  10. Linetour 2009/02/25 2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의 정서와 차이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읽기가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 미돌 2009/02/26 0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자요..그림이 많다고는 해도 워낙 텍스트가 난해하여...저도 한참을 잡고 있었네요.
      그래도 전문 건축가가 쓴 것 보다는 보통씨가 쓴 것이 훨씬 재밌는거 같아요~

    • Linetour 2009/02/26 1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건축을 전공한 저도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상상력을 동원해도 가슴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서양건축사를 왠만큼 공부하지 않고서는 난해한 어휘도 있었습니다.

  11. 가랑비 2009/07/31 1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지금 사놓고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인데, ^^;
    보통의 책은 뭔가 첫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책인 것 같아요.
    그래도 그는 보통의 이야기를 보통이 아니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의 책 중에 이제껏 '불안'많은 제대로 읽지를 못했어요.
    다 읽긴 했는데 너무 잘 와닿지 않았다고 할까요?

    가장 좋았던건 '여행의 기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kiss&tell' 이랄까.
    나머진 다 좋았내요.ㅋㅋ

    • 미돌 2011/02/06 0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누구나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면 책도 잘 와닿지 않는것 같아요. 불안은 제겐 참 공감이 많이 갔던 책..나중에라도 꼭 다시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