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단편에서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서 종종 언급해온 하루키인지라 궁금증이 일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단편을 좋아하기도 한다.
레이먼드 카버는 우리가 가볍게 여기는 일상의 모습들, 즉 네 명의 남녀가 각자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 이발소에 온 사람들의 수다와 시비(고요), 비타민 판매원 이야기(비타민) 등을 각각의 단편소설이란 장치를 통해 투영한다. 그렇지만 타조를 키우는 친구의 집(체프의 집), 부인의 맹인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이야기(대성당) 등은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무척 사실적이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느낌들을 전달해 감동을 준다.
레이먼트 카버의 소설집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단편은 다음 4편 정도다. 동생과 질이 나쁜 가족과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이혼한 중년남의 고민 이야기(코끼리), 재혼한 두 부부가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 파파가 겪는 이야기(열병),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하나뿐인 어린 아들을 잃고 제과점에서 빵으로 위로를 받는 부부 이야기(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일)는 무척 공감이 가고 생생하여 쉽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끈덕지게 붙어있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 장소의 소재나 구성, 결말은 마치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연상시킬 정도다. 생뚱맞게 굴뚝청소부 여성과 결혼을 한 알콜중독자 J.P.의 캐릭터는 참 독특하다. 하루키는 <그녀가 받으면 난 이렇게 말할 생각이다. "나야">라는 마지막의 간단한 한줄이 매우 인상적이다고 했는데 이는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가 미도리에게 공중전화 박스에서 전화를 거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이지만 생생한 묘사와 이야기 전개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자면,
그의 문장을 번역하면서 언제나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은 참 정직하게 단어를 선택해서 문장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언제 어떠한 경우에도, 정말로 자신의 단어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통과한 단어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중략)
그러므로 우리들은 거기서 작가가 지닌 영혼이 숨소리를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책 페이지 페이지를 넘길 때면 이상하게 개인적인 온기조차 느끼게 된다. 그런 것을 느끼게 하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내 생각] 레이먼드 카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공통점: 일상성, 단편소설이 백미, 따뜻한 인간미, 인상적인 마무리, 주인공이 주로 남녀 커플인 점. 타블로의 소설인 '기억의 조각들'과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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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주위가 캄캄해진 다음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이 앉아 있는 그 주방 식탁에서, 사람이 내는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 p.56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바로 그 순간, 칼라일은 그렇게 현관 앞에 서서, 무언가가 그 막을 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 무언가는 에일린, 그러니까 이 순간 이전까지의 인생과 관련된 것이었다. 내가 에일린을 향해 손을 흔든 적이 있었던가? 물론 있기야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제 칼라일은 그 모든 것이 끝났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비로소 그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삶은 한때 조금 전 그가 웹스터 부부에게 얘기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서로 얽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일이었다. 비록 지금까지는 잊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고 몸부림쳐 왔지만, 그렇게 흘러가 버린 과거 역시 이제 그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은 그가 뒤에 남겨 놓은 그 모든 것만큼이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 p.163 열병
"내가 만든 핫 롤을 좀 들어 보지 않겠소? 뭔가를 먹는다는 건 아주 사소하지만 이런때는 그보다 더 도움이 되는 일도 없을거요."
그 빵을 삼키는 기분은 마치 현란한 형광등 불핓 속에서 가슴까지 시원한 햇빛 아래로 나온 것 같은 맛이었다. 그들은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창문에 희미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지만, 그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 p.258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일
2009/01/13 - 블로거들이 하루키에게 꼭 배워야 할 덕목
2008/12/21 - 타블로의 '당신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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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사랑에 대해서 말할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레이먼드 카버
Tracked from 엄마의 사생활 2009/07/03 01:43 삭제사랑에 대해서 말할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신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레이먼드 카버 (집사재, 2009년) 상세보기 그는 소설을 만들기 위해,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딘가에서 적당한 단어를 끌어내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 어떠한 경우에도, 정말로 자신의 단어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통과한 단어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어느 경우에는 그것이 약간 어색하고, 혹은 꼴불견인 단어조차 있었다. 진부한 단어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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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단편들이 좋은것 같아요.. 호흡이 짧은 만큼 몰입도도 강해지고.. ㅎ
사랑할때 김군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책한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대부분의 주인공이 부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대보다는 사랑과 인생을 경험해본 30대라면 훨씬 공감을 하실것 같아요. 개인적으루요 ㅋ
단편이 어떨때는 굉장히 좋을때가 많지요. ^^
전철에서 책을 읽을때가 특히요. 힛.
사랑할 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정말..
어떤이는 험난한 사랑이고, 어떤 이는 잃어버린 사랑이며, 어떤 이는 상식을 초월한 사랑이고, 이떤 이는 증오로 변해버린 사랑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해설 중.
제이유님도 일주일간 절필? 저도 통 의욕이 안나서 일주일만에 다시 포스팅했습니다.
제목이 너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사랑하고 있기에, 사랑하고 있지 않은 이라도 그들의 추억과 미래를 기약하면서....ㅎㅎ
무더운 여름이 오기전에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래서 하루키조차 패러디했잖아요 ㅎㅎ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이것도 강추합니다. ^^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솟아오르는데요.
하루 큰 맘 먹고.. 도서관에 눌러 앉아야겠어요.
이렇게 멋진 책이 있는데 안 읽어볼 수는 없쟎아요.
그렇다면 꼭 보셔야져. 제가 그런 욕구를 생기게 하다니..믿기지 않는데요 ㅎ
저도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쌓였는데 조용한 북카페를 찾아 하루종일 책만 읽고싶어요 ㅠㅠ
제가 인용한 부분과 너무 같아 반가움을 금치 못합니다.
아, 네 저도 가서 글 잘 읽고 왔습니다.
하루키도 레이먼드 카버도 참 멋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