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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외국계 네트워크 스토리지 기업의 홍보 마케팅팀장인 전 직장 동료 제프리군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 알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라 그런지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이젠 블로그라는 같은 주제를 갖고 대화를 할 수 있어 더 좋다. 한때 내 홈페이지에 방 하나를 빌려 둥지를 틀었던 그는 거기서 나를 <딜레땅뜨 미도리>라고 평한 바 있다. 제프리는 예민하고 Bright하고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꿈꾸지만 한편으로는 소심한 면이 있다. 음악과 사진기(사진 아님 ^^)와 여행을 좋아하고 필기구와 언어에 예민하다. 

요즘 글로벌 기업의 지사들도 리세션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인력이 줄어 힘든데 일은 계속 자꾸 더 늘기만 한다고 울상이다. 고연봉이긴 하나 요즘 들어 부쩍 챌린지가 심해져서 힘에 부친다고 푸념이다. 한국기업처럼 한일 전 야구 중계를 같이 보며 으샤으샤하는 맛도 없고, 직원들은 부품으로 소모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그래도 엄청 고연봉 -,.-)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그는 언론홍보로 잔빼가 굵은 홍보맨이지만 온라인에 관심이 많고 일찍부터 홈페이지를 운영했던 얼리어답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블로그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비해 블로그는 비정형적이고 organize되지 않아서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그가 홈페이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인 archive역할 만으로도 충분하고 스스로 대화의 욕구가 별로 없어서라고 한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큰 의미가 없고, 소통은 오프라인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란다.

그는 김영하의 산문집 <포스트잇>에서 인터넷을 '쓸쓸한 좌판'이라고 표현한데 동의하는 편이라고 한다. 한때 '문단의 인터넷 광신도'라 불리며 97년부터 홈페이지를 열성적으로 운영했던 김영하가 2004년부터 인터넷과 결별하고 오직 '소설 쓰기'에만 몰입하고 있는 걸 보면 그의 심경을 짐작할 수 있다.
정말로 인터넷(블로그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은 거대한 거짓말이고 추악한 욕망인걸까...

사람들은 인터넷에 모든 게 있다고 말해요.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어요. 어느 학자가 '인터넷은 디즈니랜드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어요. 제가 보기에 인터넷은 차라리 '시골장터'예요. 너도나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기 사진과 자기 글, 자기 이야기를 올려놓고 흐뭇해하지만, 그건 일종의 자기들끼리 사고 파는 ‘좌판’같은 거예요. 그것도 아무나 지나가며 내려다보는, 쓸쓸한 좌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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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영하 (현대문학,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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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선물로 준 아이템: 몰스킨 다이어리, 레트로 메모키트(사진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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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뷰티풀몬스터 지금은 아니시지만 예전에, 큰(?)홍보대행사 모대표님이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단 말을 듣고 의외여서 놀랐던적이 있었는데...지금은 '온라인'으로 다시 돌아오셨더군요,
    그냥...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지만...인터넷이란 공간이 주는 '허무,공허함'은 분명 있긴하지만, 그쪽으로만 기울여서 굳이 복잡하고, 심오한 설명으로 저렇게 정의한것은 너무 편향된 시각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다른 이면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인가...그런 생각도 들고..전 그렇습니당 ㅎ
    2009.03.27 11:08
  • 프로필사진 지나가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블로그는 "붐비는 벼룩시장" 입니다. ^^

    한마디로,

    영양가는 전혀 없으나 그냥 싼맛에, 오래됐거나, 공인되지않았거나, 버리기는 아까와서 인터넷에 올려놔보자.. 식의 컨텐츠들이 난무하는... ( 혹은 아무도 돈 주고 사줄리는 없으니까 그냥 공짜로 창고대방출이라든지 )

    98년부터 (99년?) 블로그를 운영했었지만... 블로그 운영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서로 마실다니며 노는 동네마실 정도로 이해하면 딱 맞을 것 같아요
    2009.03.27 11:49
  • 프로필사진 지나가다 사실 블로깅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그들이 서로서로의 블로그에 남기는 코멘트들을 보면 대부분의 비非 블로거 들은 '이것들 혹시 싸이코 ???' 식으로 생각하곤 한답디다 제가 보기에도 좀 그렇고 저도 블로그를 두개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2009.03.27 11:51
  • 프로필사진 대따오/불면증 좌판일지 모르지만..전.. 음.. 제 비밀놀이방과 추억 쌓는 멋진 방정도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절대 잊고 싶지 않은것과 잊어서는 안될것들을.. 잘 적어두는것이죠.
    그리고.. 어쩌다가 아예 없애고 싶은건..확..지워버릴수도 있구요..^^

    앗.. 나쁜 성격 드러나네요.
    2009.03.27 16:39
  • 프로필사진 짠이아빠 좋은 글이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음.. 결론은 사람 마음이겠죠.. 나에게 의미가 있고 소통의 중심에 있다면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이 될 것이고.. 내 마음이 그렇지 않고 신뢰하지 못한다면 김영하 작가처럼 보기만해도 쓸쓸한 좌판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다 같지만, 그것을 접하는 사람의 마음... 핵심은 거기에 있겠죠.. ^^
    2009.03.27 17:01
  • 프로필사진 Fallen Angel 좌판도 종류에 따라 많이 틀릴거 같아요...^^. 모든것은 개개인이 생각하기 나름...^^. 2009.03.27 18:32
  • 프로필사진 민노씨 인용하신 김영하의 글과 그의 인식에 대해선... 뭐랄까요, 관습적이고, 권위 위계적인 그의 사고가 오히려 쓸쓸함을 자아내는군요. 이것은 오히려 낭만적인 신화로서의 예술가적 허상에 가까운 인식이지 무슨 실천적이거나, 성찰이 담긴 인식으로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인터넷'도 그의 글인가요?) 2009.03.29 08:06
  • 프로필사진 @바람따라 덧글이 없으니 가끔 손님없는 좌판 느낌이 들어요~ ㅋ 2009.03.29 22:15 신고
  • 프로필사진 태우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주목 경제"라고 부르는데요. 사람들은 외롭고, 끊임없이 인정 받고 싶어하고, 심지어는 그것이 불특정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오는 중독성 강한 매력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를 알리고 교류하려고 하고.

    결국 우리가 흔히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라는 부르는 것은 우리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
    2009.03.31 22:00
  • 프로필사진 Hwangcoach 제 블로그가 '쓸쓸한 좌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취지로, 이번에 90여분의 PR블로거분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2009.04.02 09:23 신고
  • 프로필사진 jef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킹이 익숙하지 않다고 그 네트웍 전체를 폄하해 버리는 것은 자신의 귀를 잘라버렸던 고흐를 생각나게도 하네요. 2009.04.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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