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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 블로그를 통해 CEO가 트위터를 하는 것에 대한 득과 실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다.(2010/06/08 - CEO 트위터는 기업에게 계륵과 같은 존재인가?) 지난 10월 29일 밤,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과 나우콤 문용식 대표와의 반말 언쟁에 대해 저녁 뉴스에 나올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쟁의 주인공인 신세계의 정 부회장은 한국 제1의 유통기업의 대주주이나 오너의 아들이고, 나우컴 문대표는 아프리카TV를 운영하는 운동권 출신인데 둘다 서울대 동문이라고 한다. 다짜고차 반말로 심기를 건드린 문 대표의 논쟁 방식도 극단적이긴 했지만, 이에 응수하는 정 부회장의 반응도 옹졸했다. (두 사람의 배경을 보면 쉽게 이해가능한 대목)

                 http://twitter.com/yjchung68 - 정용진 부회장 트위터

언뜻 보면 둘 다 한 기업의 대표인데 뭐 사장끼리 체통없이 싸우나보다 하겠지만, 정작 정 부회장은 처음에 나우콤이나 아프리카 TV가 뭔지도 몰랐던것 같다. 같은 대표라고 해도 사회적 지위는 꽤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정용진 yjchung68 진짜궁금한데.. 아프리카티비가 뭐하는 서비스입니까?
나도 처음에 이마트에서 피자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뭐 어때? 코스트코에서도 파는걸. 뭐 마트에서 만드는 피자가 얼마나 메뉴 개발을 하겠어? 배달 피자라는 영업 분야가 다른데 뭐 그리 타격이 있겠어?' 이렇게 단순히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을 확 깨주는 박경철 시골의사의 칼럼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가 말하지 않은 '대기업의 지배구조'의 어두운 면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박경철의 눈] 재벌기업의 구시대적 윤리의식 - 경향신문
 
조선호텔은 베이커리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정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씨에게 상당수의 주식을 양도했고,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오너의 오빠가 대주주로 있는 이마트에 독점적으로 입점하면서 막대한 실적을 올리며 매출액이 조선호텔에 육박하는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국내 최대 유통체인인 이마트에 입점한 공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호텔이 분사를 하지 않고, 관계사인 이마트에서 같은 방식의 영업을 계속했다면 조선호텔의 매출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즉 조선호텔 입장에서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대주주 일가에게 양도함으로써 직접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셈이 되고, 정유경씨는 조선호텔의 기회이익을 편취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조선호텔의 주주 이익은 심각하게 저해된다.

이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관계사인 조선호텔 베이커리 시절에 배타적인 입점을 허락하는 것은 기업의 논리상 정당화될 수 있지만, 조선호텔 베이커리가 개인회사일 경우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독점적 영업을 인정한 것은 이마트가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가 된다. 이 경우 이번에는 신세계의 주주들에게 배임이 되는 것이다.

솔직하게 치부를 드러낼수 없다면 트위터를 하지마라
그동안 철저히 금기시되었던 '재벌 귀족'의 삶의 단면이나 그들만의 비밀스런 영역 즉 밀실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환호했다. 한국에서 '재벌'의 뜻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그리 호의적인 단어는 아니다.

재벌(한자: 財閥, 영어: Chaebol)은 거대 자본을 가진 동족(同族)으로 이루어진 혈연적 기업체군을 이른다. - 위키백과
재벌은 한국 정부의 꾸준한 재벌우호적인 정책과 한국 정부의 수출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을 편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 크다 할 것이나 이러한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을 편 한국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육성에 많은 실패를 거듭하였으며, 경제 운용면에서도 경직된 계획경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고 정경유착의 단초를 제공해 왔다.

이번 사건은 '반말 논쟁'과 '대기업의 횡포'로 요약되지만 '이념적 소비'란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그래 뭐 이념적 소비라기보단 '윤리적 소비'란 말이 더 맞겠다. 요즘 소비자들, 기업의 윤리를 중시한다. 그래서 기업 윤리 강령, 지속가능 경영 등이 글로벌 화두가 되고 있고 철저히 준수되어야 하는 의무가 되고 있다. 

재벌 기업가와 기업가, 사업가는 사뭇 다른 의미이다. 정 부회장은 한마디로 어떤 장애도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온 재벌 3세 왕자님이다. 트위터를 통해 애견 이야기와 클래식을 예찬하고 몸무게에 대한 고민과 닭가슴살과 꽃중년을 입에 올리는 그가 과연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하고 싶은 말만 할 것이 아니라 하기 껄끄러운 이슈에 대해서도 솔직히 대응하는 태도가 아쉬운 대목이다.

재벌 기업들의 윤리의식은 여전히 80년대 이후 한치도 나아지지 않고, '시장 논리'를 들먹이며 고객을 앞세운다면, 회장님들이 아무리 상생을 외치고 트위터 등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아무도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며,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기업은 이윤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 경영이 갖춰질 때 100년이상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CEO 트위터의 기쁨과 상처
나는 바쁘디 바쁜 기업 CEO들이 트위터를 하는 것을 당연히 환영한다. 나는 CEO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자질 중 가장 으뜸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의 기쁨을 누리는 대신 상처를 각오해야하는 것이 트위터다. 유명인이 트위터를 하면 관심이 폭주하지만 그만큼 반드시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대기업 CEO도 그렇지만 김미화씨처럼 말 한마디로 구설수에 오르거나 법적 이슈에 휘말리기도 하니 말이다.

아무리 대기업CEO가 허물없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해도 호감을 갖는 사람, 적개심을 갖는 사람이 모두 존재하는 트위터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 유리한 얘기한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 CEO가 자신의 회사에 관계된 모든 사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그때마다 재빨리 대응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홍보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될테니 이는 또한 홍보팀의 직무 유기가 될 수 있다.)

 
회장님, 차라리 트위터를 그만 두세요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
이들이 준 교훈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당당하지 못하다면 차라리 나서지 않는 게 좋다. 나서고 싶다면 부끄러운 과거를 정리하고 이제부터라도 윤리적으로 올바른 경영을 해야 한다. 비판에 맞서 합리적인 해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보편 타당한 논리를 갖춰야 한다. 반쪽짜리 소통을 하려면 트위터 따위는 접는 게 맞다. 그게 그의 기업과 그의 홍보팀을 돕는 길이다.

이래저래 주목받는 대기업 CEO의 트위터는 골치아픈 존재다. 하고 안하고는 순전히 CEO 개인이 판단할 일이다. 얻는 것이 있고, 또 상처를 받게 될 것을 각오해야한다. 철없이 소통을 한답시고 덤볐다가는 상처투성이가 된다는 말이다. 다행히 정 부회장은 계속할거라고 응수하고 문 대표도 다른 이유지만 관두지 않기를 바라니 이번 사건은 이대리 해프닝으로 넘어가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파장을 남길듯 보인다. 

CEO 트위터는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적인 영역
기업의 CEO가 트위터를 한다면 사적인 영역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자기가 몸담은 회사에 대해 툭 터놓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얘기도 함께 해야할 의무를 지게 된다. 좋은 얘기 뿐 아니라 아픈 얘기에도 반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KT의 표현명 사장(KT 표현명 대표 ; http://twitter.com/hmpyo)이 휴일에도 고객들과 트위터로 서비스 안내를 하거나 현대카드의 정태영(http://twitter.com/diegobluff) 대표가 고객선터보다 더 빨리 문의에 답변하거나, 안철수 연구소의 김홍선 대표(http://twitter.com/hongsunkim)가 보안 산업의 미래와 IT 개발을 걱정하는 것이 더욱 와닿는다. 오너(재벌) 경영인과 전문 경영인의 트위터를 대하는 자세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

해외 기업(특히, 미국)의 CEO는 한국에 블로그,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활용이 더욱 활발한 편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소통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치 신문/방송 인터뷰를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회사 얘기만 무겁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선에서 사적인 얘기를 보태는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갑자기 궁금한건 신세계나 이마트 홍보팀에서는 이것이 위기로 다가왔을까 하는 점이다. 그들에게 정 부회장의 트윗이 어떤 존재일까?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메시지 컨트롤을 시도하고 있을까? 아님 그냥 골치덩어리일까? 해당 홍보팀장의 표정은 과연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덧] 트윗폴 결과를 보면 문 대표가 우세다. 정 부회장이 민심을 얻지 못한 것인지..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인지...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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