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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을 좋아한다. 다찌마와리부터 아라한 장풍 대작전까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과장되고 때론 리얼한 액션 장면은 이 영화에 없다. 대신 숨쉴틈 없이 꽉 짜여진 스토리가 있고, 타협하지 않은 치밀한 각복이 있다. 액션이 없어 서운하지만 그전보다 훨씬 더 세련된 류승완식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없는 범인을 만들어내는 경철 최철기(황정민)은 윗선의 회유와 압력으로 건설사 사장인 스폰서 장석구(유해진)을 이용해 무고한 용의자를 조작한다. 이를 캐는 검사 주양(류승완)도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 영화 내내 황정민과 류승완은 서로의 약점을 꿰차고 먹고 먹히며 필시적인 맞수의 대결을 팽팽하게 보여준다.


야비한 역이 잘 어울리는 황정민은 이번에 감정을 억누르는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자신의 동료와 가족을 위해 악역을 자처한 인간적인 인물이다. (아~ 나는 왜 무뚝뚝한 황정민에게서 섹시함을 느끼는가 ㅠㅠ)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인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스템에 복종하면서 갈등하는 복잡한 인물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검사 앞에서 옷을 벗는 장면은 정말 쇼킹하다. 역시 실망이 없는 황정민이다. 


이 영화의 새로운 발견은 바로 검사 류승범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과연 나는 그가 기름을 쫙 발라 넘긴 느끼한 헤어스타일의 검사 역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던가. 그저 형의 후광인가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특히 공수사관과의 앙상블로 가끔씩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진지한 그의 연기도 섬뜩하다. 요즘 뜨는 미친 존재감의 송새벽과 유해진의 조연 연기도 이 영화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부당거래는 마치 뉴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이 리얼하다. 아동 성폭행도 기업의 입찰 비리, 검사와 스포서의 유착, 그리고 이를 자신의 이익과 잣대로 왜곡하는 언론까지. 너무나 현실과 비슷해 헛웃음이 날 정도다. 이런건 교과서로 넣어도 시원찮을 판인데 영상물등급 위원회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니 참...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에서 경찰과 검찰, 기업, 범죄자, 언론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한 자리하는 인간들은 다 갖다놓고 이들 사이에 복잡한 먹이사슬을 짜놓았다. 그 중에는 허를 찌르는 예상치 못했던 반전도 있다. 이 중에서 류승완 감독이 가장 비판하는 족속은 바로 '기자'다. 권력과 시민 사이에서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외곡하지 않아야 할 언론이 부패할 때 어떤 비극이 찾아오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 시대에 어떤 것이 정의이고 어떤 것이 범죄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대한민국의 현실을 담은 영화다. 예전에는 이런 권력 부패 영화를 보면 '에이~ 설마 과장이겠지'하고 생각했는데 ㅇ즘에는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거 심각하다. 류승완은 정말 이런 걸 어떻게 자세하게 다 알아낸걸까..(아..박훈정 감독의 시나리오를 각색했다지). 연출, 시나리오, 연기 삼박자가 딱 맞다. 나는 이렇게 잘 만든 영화가 좋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뒷맛은 무척 쓰다. 우리 모두 크던 작던 '부당 거래'에 휩쓸리면서도 이를 애써 무시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p.ss 1. 근데 요즘 영화엔 왜 남자들만 있고 여자배우들은 안보이는거얏!!! 

p.s. 2. 까메오로 등장하는 건물 투자자역의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 국선 변호사 역은 ‘나의 결혼 원정기’의 황병국 감독, 국립 수사연구원 부검의역은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30만원 받는다며 침 튀기며 외치는 황감독이 압권! ㅋㅋ

[기억에 남는 대사]
너네 같이 법 안 지키고 사는 놈들이 잘먹고 잘살아 - 최철기 
호의가 반복되면, 그걸 권리로 착각해요. - 주양
공수사관님! 일 좀 제대로 합시다.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려요!!!!!(90도 각도로 허리 숙이며)
자꾸 나랑 라이벌 관계를 만들려고 하지마~ 내가 겁이 많아서 검사가 된 사람이야 - 주양
너 오늘부터 범인해라! - 유해진
우린 목숨걸고 하잖아요 - 유해진

부당거래
감독 류승완 (2010 / 한국)
출연 황정민,류승범,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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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Ray 이번주에 보고 싶은데 과연 시간이 날지. ^_^

    P.S : 아 Jey / 여노 의 monolog.kr 이 Ray라는 필명이랑 http://blog.raystyle.net 로 바뀌었습니다.
    2010.11.15 23:24
  • 프로필사진 미도리 필명을 자주 바꾸시는군요. 얼렁 챙겨보시길..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 중 하나인듯 합니다. 물론 제가 봐서 그런지 모르지만 ^^; 2010.11.1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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